Soul's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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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 정한 어제의 숙제는 오늘 공공장소에 가서 사람들을 관찰한 뒤에 한단락 정도의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 전에 오늘 있었던 일들을 좀 써볼란다. 일기처럼.

오늘 사람들을 관찰하기 위해 처음으로 선택한 장소는 헬스장이었고,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헬스장은 사내에 있고, 바로 옆 회사 식당에서는 주말에도 밥을 준다. 삼시세끼. 오전 열한시 반쯤 과외를 끝내고 바로 차를 끌고 회사로 향했다. 평소 출근길은 15분정도 걸어서 다니는데, 이는 내가 출근하는 시간대 (주로 7시 전후)에는 주차장 대기만 30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같은 주말은 주차장에 공간이 여유롭고, 더군다나 오늘은 햇빛이 너무 뜨겁기 때문에 차를 운전해서 가기로 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나서고 약 5분 정도 뒤, 회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고,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의 점심은 주 메뉴인 소고기미역국과 주 주말에만 나오는 부식인 사과/바나나가 섞인 샐러드와 오색전, 튀김만두, 떡볶이가 있었다. 나는 다이어트 중이기 때문에 잡곡밥 약간과 미역국, 그리고 샐러드 위주로 밥을 먹었다. 평일 점심에는 닭가슴살을 '건강식'이라는 이름 하에 판매하는데, 주말에는 식수가 딸리기 때문에 해당 메뉴가 없어서 조금 아쉽다. 간단히 밥을 먹고 바로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을 시작했다.
주말의 헬스장은 매우 한산하다. 평일에도 출근 직전과 퇴근 직후에만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기에, 출근자가 적은 주말에는 한번에 열명 정도가 고작인 운동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그리고 한명을 꾸준히 관찰하기에도 매우 좋다. 나는 슬슬 준비운동과 러닝머신을 하면서 관찰 대상을 물색했다. 이왕이면 이쁜 여자가 좋겠지만, 이동네에는 그런 천연자원은 드물기에 별 기대를 안했다. 처음에는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듯한 내 또래의 남자를 관찰했다. 그는 스미스머신을 이용한 스쿼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양쪽에 각각 10 kg씩 20 kg의 무게를 달고 스쿼트를 시작했다. 나도 스쿼트를 하기 위해 바로 옆의 스쿼트랙으로 이동하며 그 남자를 계속 지켜봤는데,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앞뒤로 흔들흔들 하는 것이 보였다. 만약에 트레이너가 옆에 있었다면 자세를 교정해 줬겠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은 프리 트레이너가 없다. 직원은 카운터를 보는 남자와 여자 각각 하나뿐이고, 그들은 시설물 관리와 청소 정도만 하고 사람들의 운동 자세는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 애초에 운동에 관여할 생각이 없어보이는데, 둘 다 거의 항상 정장 차림이고 여자는 심지어 화장도 엄청 진하게 하곤 한다.  아참, 트레이너가 있긴 한데, 그사람들은 오로지 pt로만 수당을 받고... pt 회원이 아니면 전혀 신경도 안쓴다. 참 냉정하다.
다시 돌아가서, 그 남자는 20 kg (봉 포함 40 kg)의 무게를 달고 스쿼트를 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균형을 잡지 못해 흔들흔들 했다. 몸은 괘 굵었기 때문에 무게가 무거워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자세 자체를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완전 초보로 보였고, 만약 스미스머신이 아니라 프리스쿼트를 하고 있었다면 이미 쓰러지거나 허리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그 남자는 조금씩 휘청거리면서 열개 한세트씩 세번을 했고, 한숨을 푹 쉬더니 러닝머신으로 가서 내려오지 않았다. 러닝머신 하면서는 이어폰을 꽂고는 핸드폰을 가로로 들고 유튜브 영상을 봤다. 나는 이내 그 사람에게 흥미를 잃고 다른 관찰대상을 물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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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진 내일 좀 써야겠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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