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글에 손을 댄다. 직접 쓰는 글에.
어려서부터 난 책 읽기를 ('읽기'가 아니라 '보기'에 가까웠을지도 모르지만) 좋아했다. 초딩땐 만화책을, 중학교 넘어가면서 소설(소위 양판소)을,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문학사상을 구독하며 후에 작가로서의 꿈을 꾼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글을 쓰는건 정말 어렵다. 어쩌면 초등학교 때 엄마가 강제로 보낸 글짓기 학원에서의 억압받는 분위기가 싫었기 때문에 글쓰기를 싫어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비슷한 이유로 난 그림그리기도 정말 싫다.) 하지만 30년이란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 괴로운' 글쓰기는 내 인생의 너무도 큰 부분을 차지해 왔다. 좁게는 학위를 위한 논문을 (심지어 이건 영어로 써야했다) 쓰는 것이었고, 보다 크게는 대학 입시, 회사 입사를 위한 자소서는 나에게 정말 괴로운 관문이었다.
유명 소설 작가들은 글 쓰는 방법을 배운적이 없다고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은 골방에서 딸내미와 단 둘이 있을 때 글을 써왔고, 반지의제왕의 톨킨은 손자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며 글을 써왔다고 한다. 어쩌면 글짓기 학원에서 글쓰기를 배우게 하려던 우리 엄마의 교육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평생을 글 쓰는 것을 배워온 사람들을 안다. 소위 선비라고 불리우는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은 걸음마를 뗄 때부터 한자를 배우고, 천자문을 뗀 후엔 사서오경을 평생 달달 외며, 그러한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왔다. 그 중에는 유명 작가들도 존재하니, 글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마냥 삽질은 아닐 것이다.
이제 나이 서른에 달해서야 나는, 드디어 그러한 글을 쓰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게 되고,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목적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애초에 글짓기라는 것에 재능이 없는 나는, 본능적으로 좋은 글을 쓰는 천재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내가 자신있는 것은 선지자의 말을 잘 이해하고, 그 말을 잘 따르고, 주어진 틀에 맞춰 연습하여 익히는 것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 생각하는 내가 글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방법은 누군가의 강의를 들으며 (논문을 쓸 때는 교수 말이었겠지), 먼저 뼈대를 확실하게 정하고 (플롯이라고 한다.), 그 뼈대에 맞춰 살을 붙이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며, 매일 하루 여덟시간 씩 글을 쓸 수 있는 직업도 아니며, 심지어는 하루에 한시간도 잠을 쪼개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내가 누군가를 찾아가 배움을 청하고 글을 배우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책을 읽고 따라하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이 책,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 (Damon Knight 著, 다른출판사)' 이다. 선택에 큰 이유는 없었고, 그냥 '단편소설 쓰기'로 검색하니 나온 책이다. 유명하다는 작가가 쓴 글이니 뭐.. 완전 초짜인 내가 안보는것보단 낫겠다라는 생각으로 샀다. (지금 알았는데, 티스토리 그림 삽입이 꽤 편해진거같다.) 매일 이 책을 조금씩 읽으며, 그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요약하고, 또한 책의 커리큘럼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을 이 블로그에 기록해보려 한다. 이 책 한권을 떼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지만 블로그에 이러한 글을 쓰는 것 또한 나의 필력과 어휘력을 위한 좋은 공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