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s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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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확히는 어제 밤부터)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을 읽고 있다. '읽다' 보다는 '공부한다'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공부한 것을 요약하자면... 데이먼 나이트는 작가는 4단계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1) 자기 자신을 위해 소설을 쓰는 단계: 백일몽을 풀어내며, 본인의 즐거움을 위한 글을 쓴다. 

나는 이때가 가장 즐겁게 글을 쓰는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런 목적성 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의 즐거움만을 추구하면 되니까 정말 자유롭게 쓰는 단계인 것 같다. 하지만 어제 말했듯이, 나는 글쓰기의 처음을 초등학생 시절 글짓기 학원에서 시작했다.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 쓰는 행위 자체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아마 그래서 내가 글 쓰는 것을 (심지어 과학기술 논문까지도) 싫어하게 된 것이라 다시한번 생각한다. 나는 아마도 초기에 이 단계를 거치지 못했던 것 같고, 이제와 거쳐보려고 노력하는 중인 것 같다.

2)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전제로 소설을 쓰는 단계: 이제 슬슬 출판사에 팔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변변찮다.

아마 대부분의 양판소(요즘은 웹소설이라고 하더라) 작가들이 이 단계에 있지 않을까 한다. 팔리긴 하되, '좋은 문학'이라는 평가는 못받는 글들. 하지만 돈은 엄청 잘번다. 오로지 갈등의 시작과 결말만이 존재하는 글들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조금 더 발전하게 되면 단편적인 사건의 나열로 플롯이랄 게 없는, 클리셰가 반복되는 글들을 쓰는 수준이 된다. 지금 당장 웹 브라우저를 켜서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시리즈 상위권에 있는 소설을 보면 5천자 내외의 짧은 글에 사이다가 연속되는 짜릿한 글들이 수두룩하다. 장기적으로는 이야기에 발전도, 갈등도 없는 수준 낮은 글이라고 (데이먼 나이트가) 평한다. 하지만 역시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짧은 시간에 보는 소설에는 이러한 짧은 사건이 연속되는 전개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말이 조금 길어지는데, 장르문학은 시대에 따라 주제가 바뀌긴 하지만, 결국 같은 시대에 나오는 소설은 내용이 비슷한 클리셰로 감싸여 있다. 이전에는 (그러니까 내가 초딩때는) 소위 먼치킨물이라고 불리우던 엄청 쎈 주인공이 모든걸 다 뽀개버리는 소설들이 유행이었다. 제노블레이드, 이드, 황제의검. 비슷하게 여성향은 귀여니로 대표되는 역하렘 (여주 한명에게 여러 남자주인공이 달라붙는 신데렐라 류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었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현실에서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형태가 되면서 현실의 비루한 내가 판타지 세계에서 소위 '잘나가는' 인물이 되는 글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고깽이라고 불리우는 장르의 시작이었다. 아이리스, 이세계드래곤. 최근에는 (내가 한 10년정도 장르문학을 안봤기 때문에 그 사이 변화는 모르겠다)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주제가 조금은 다양해지긴 했지만, 역시 잘 팔리는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시리즈 상위권에 있는) 글들은 현실의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글들이다. 남성향으로는 먼치킨-이고깽의 계보를 이어서 환생/회귀/부활물이 대세이고, 여성향은 여전히 신데렐라도 성행하지만 최근들어 당당한 여자주인공이 전면에 나서는 걸크러시 계열 소설들이 유행한다. (그래도 결국은 돈많거나 잘생긴 남주랑 결혼하더라...) 

3) 무리없는 수준의 제대로 쓴 소설: 하지만 구조/인물의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

조금 복잡한 플롯을 짜려고 애쓰다가 그게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는 인물에게 쏟아야 할 노력을 플롯에 끌어다 쓴다. 말 그대로, 능력과 노력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그것이 플롯에 치중되어 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이렇게 되면 플롯이 치밀하더라도 평면적인, 작가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 인물이 사건 한가운데에 서있게 된다. 소설은 '재미'를 추구하는 글이지 '이야기 설명'을 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입체적이지 못한 인물에게는 어떤 독자도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4) 기술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된 프로 작가 단계

3번에서 거친 구체적인 플롯, 그리고 약간의 트릭이 섞인 결말, 추가로 작가가 인물들을 '이해'하고 능동적인 캐릭터들을 꾸려놓게 되는 단계를 말하는 것 같다. 이 수준은 아직 내가 바라보지도 못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추가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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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정기구독을 신청한 문학사상이 오늘 도착했다. 1년 정기구독 사은품으로 2019년도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같이 도착했다. 단편소설 쓰기 공부와 함께, 작품집을 읽으면서 나의 허접한 문장력을 조금이라도 키워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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